식도암을 예방하는 카레라는 기사를 보고 갑작스레 카레가 너무 먹고싶어졌다. 예방 목적으로 그러한 것이 아니라 그냥 <카레>라는 단어에 혀가 반응했달까. 먹고싶은 건 지금 당장 먹고야 말겠어, 라며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일단 묵혀두기로 했다. 그러나 뭉근하게 끓여낸 걸쭉한 카레의 향과 맛이 혀와 코 끝에 어른어른 감도는 것이 며칠간 이어졌고, 기어코 폭발. 한 솥 가득 카레를 해놓고 주말동안 카레만 물리도록 먹어야지, 하는 극단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난 카레에 고기가 들어간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비곗살이 붙은 고기는 더더욱. 왠지 기름맛이 난다. 고깃국을 먹을 때는 그런 느끼하고 구수한 고기 기름 맛이 나는 것이 좋지만 카레에서 그 맛이 나는 것은 이상하게도 싫다. 몹시, 매우 싫다. 이는 꽤 심각한 수준으로 닭백숙 안에서 모공이 도드라진 닭껍질을 건져낼때만큼 끔찍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카레엔 햄이, 가능하다면 스팸이 들어가는 것이 좋다. 마트에서 사면 꽤나 값이 나간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검색 신공과 쿠폰 신공을 발휘 개당 3000원 가량하는 여섯개들이 스팸을 주문했다. 그리고 카레와 감자를 사러 슈퍼에 갔다. 몇알을 집어올까 고민하다가 두알은 틈틈이 칼국수에 넣어먹을 용, 두알은 한 솥 가득 할 카레용으로 총 네알을 골라냈다. 그리고 카레. 요새는 카레도 여러번 나누어 먹고 보관할 수 있게끔 지퍼백이 나온다. 늘 블록형 카레만 사다먹었는데. 세상 참 좋아졌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며 지퍼백으로된 바몬드 카레를 샀다. 다른 것은 필요없다.
스팸과 감자만 들어간 단촐한 카레가 나의 특식이다. 스팸은 다음 날 오전 아주 빨리 도착했다. 분주하게 카레를 끓일 준비를 했다.
감자를 깎았다. 칼질은 썩 잘하는 편이 못된다. 어릴 때 이쁨받아보려 과일을 깎다가 손을 크게 베인 적이 있었다. 손가락에서 동그랗게 두동강난 살점이 덜렁거리고 피가 철철 흘렀다. 놀란 엄마가 달려와 지혈제를 들이부었지만 피는 멎지 않았다. 정신없던 그 와중에 내가 한 말은 전 괜찮아요, 엄마. 였다. 아프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인데다 피칠갑된 주방 풍경이 도무지 현실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경해서- 무감해져버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뭐- 그건 병원에 가서 살을 꼬매면서 즉각 달라졌지만.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생살을 바느질하는데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그것은 이 상황이 현실임을 극단으로 느끼게 해준 지독하리만치 선명한 감각이었다. 몇 바늘을 꼬맸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 이후로는 주방에서 칼을 잡는 것은 내겐 그저 두려운 일이 되었다. 그보다 심한 칼에 대한 트라우마는 다른 것이 더 있지만 그 얘기까지 꺼내자면 뻘소리가 너무 길어지므로 이 쯤에서 접고. 여하튼,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지금은 톱날이 있는 안전한 과도정도는 사용할 줄 안다. 아니, 사용해야 한다. 칼질은 서투르고 잘라낸 모양새도 좋지 못하지만 감자를 한가득 잘랐다. 카레엔 감자가 많아야 맛있으니까. 그리고 스팸도. 역시 한캔을 몽땅 통털어서 깍둑깍둑.

도마 한가득 쌓인 감자와 스팸을 커다란 냄비 안에 모조리 쏟아붓고 달달달 볶았다. 여기에 소금 한꼬집과 버터, 이틀 묵어 꼬들해진 찬 밥만 넣으면 근사한 볶음밥이 될텐데- 그러기엔 너무 양이 많지. 상념을 뒤로하고 물을 들이 붓고 카레를 풀었다. 남은 건 불을 줄여놓고 국자를 저으면서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 머지않아 적당히 졸여져 한 솥 가득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카레를 보면서 뿌듯해졌다. 서둘러 밥을 푸고 접시 한가득 국물이 남실거릴 정도로 카레를 끼얹었다. 이렇게 밥에 흥건하게 적셔먹는 카레가 좋다. 요리 책이나 광고같은데서 보면 카레를 늘상 밥 위에 살짝만 끼얹고 마는데 그것은 정말 모양만 좋게 보일 뿐. 실제로 그렇게 먹으면 절대절대절대, 맛있지 않다. 그냥 카레 향 나는 밍밍한 맨밥 정도랄까. 그런 건 카레가 아니다. 카레란 모름지기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듬뿍 얹어서 밥과 1대1 비율로 국 말아먹 듯 먹어야 하는 것! 그렇게
모자람없이 넘치게 먹을 수 있는 카레가 지금 한 솥 가득이다. 주말동안은 밥 걱정이 없다. 정말 물릴 때까지 실컷 먹어야지- :q
참 맛없어 보이는 사진..... 사진찍는 재주가 없어 슬프다- ;ㅅ;
뻘글이라 부끄럽지만... 뭐 내가 쓰는 글은 늘상 뻘글이니까ㅠㅠㅠ 이 부끄럽고도 좋기도 한 묘하게 낯선 기분이 낯익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근데.... 다른 블로거님의 저 통영 명물 오미사 꿀빵 사진 진짜 먹음직스럽고나.. 어쩜 저리 찰지게 사진을 찍으셨는지. 본격 없던 식욕도 생길 듯.jpg.... 츄르릅- ;ㅅ;뻘글보러 찾아오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
최근 덧글